서양철학사/근대

로크 [4]

bianor 2024. 2. 6. 22:07

로크의 자연 상태 이론에서, 다음 세 가지 내용을 조금 더 깊게 살펴보자.
이를 바탕으로 다소 흥미로운 결론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소유와 상속.
앞선 포스팅에서 살펴본 바, 로크는 개인의 노동이 그가 만들어낸 생산물을 소유할 권리를 부여한다고 생각하였다.
우리 모두는 우리의 몸과 마음에 대해 소유권을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자연의 것을 가공하는 신체의 노동과 작업 역시 우리의 것이다.
로크의 입장을 따르면, 상속을 통한 소유권의 이전은 성립하기가 어렵다.
그런데 자연상태를 넘어 정치적 사회에서, 로크는 상속을 수용한다.
이는 소유권이 개인의 노동으로부터 나온다는 로크 자신의 입장과 충돌한다.

둘째, 낭비할 수 있는 권리.
로크는 자연상태에서 개인은 그가 쓸 수 있는 만큼만 재산을 소유할 권리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말하자면 누군가가 노동을 통해 어떤 사물을 소유하더라도, 그것을 낭비할 권리는 주어지지 않는다.
이때 로크는 물물교환 경제체제를 가정하고 있다.

셋째, 충분한 자원
로크는 모든 인류의 기본적인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을 정도의 충분한 자원이 존재한다고 생각하였다.
그에 따르면 우리에게는 충분한 토지가 있고, 그 토지로부터 경작할 수 있는 충분한 식량이 있다.


이어서 로크는 화폐의 발명에 대해 이야기한다.
로크에 따르면, 자연 상태에서 정치적 사회계약의 국가로 넘어가기 이전에, 사람들은 화폐를 사용하기로 합의하였다.
몇몇 사람들은 생산물과 화페를 교환하기 시작하였다.
곡식과 식량은 부패하는 반면, 금과 은은 썩지 않는다.
곧 사람들은 토지를 보다 더 많이, '공정하게' 소유할 수 있는 방법을 발견하게 되었다고 로크는 말한다.
이로서 개인이 소유할 수 있는 자연적 한계는 사라지고, 물질적 불평등이 피어나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불평등에 대해 가난한 사람은 할 말이 없다.
화폐는 모든 개인의 자유의사에 근거하여 도입되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아직 사회계약에 의해 정치적 국가가 탄생하지도 않았다.
사회계약의 필요성은 개인의 생명의 보전과 더불어 재산의 보전이기도 했음을 상기하자.
이렇듯 개개인의 평등과 자유를 주장했던 로크의 이론은 경제적, 정치적 불평등을 정당화한다.
이는 17세기 중엽 영국의 시대와 대동소이하다.


투표권에 대해 이야기하며 마무리하자.
로크는 중산층을 비롯하여 재산을 가진 사람들이 "계몽된 자기 이익에 따라 사회가 어떻게 조직되어야 하는지를 자유롭게 결정(p.485)"할 수 있다고 생각하였다.
그러므로 표를 던지고 정치에 관여할 수 있는 자격은 이들에게만 주어져야 한다.
이렇게 재산상의 불평등은 정치참여에의 불평등으로 이어진다.
물론 이것 또한 자발적인 화폐 도입에서 비롯된 것이기에, 빈자들은 부자와 사회를 탓할 수 없다.
그렇다고 해서 빈자들이 모두 비이성적인건 아니다.
계몽주의에서 비롯되는 진보... 훗날 사회는 물질적, 비물질적 진보를 통해 모든 사람이 이성적인 시민이 되게끔 발전할 수 있다.
이러한 믿음은 현존하는 불평등을 용인 가능하게끔 만들었다.

로크의 정치철학을 위와 같이 해석한다면, 그를 당시 영국 현실의 옹호자로 이해하는 것이다.
자유와 평등이라는 확고한 권리에서 출발하여, 자본주의와 의회 정치를 도입하는 한편 정치경제적 불평등을 정당화하는 모습에 다다르는 것이다.
여기에는 계약이라는 개념이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하지만 프랑스와 미국의 혁명가, 사상가들은 다른 해석을 전개하였으며 역사적인 사건들이 탄생하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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