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7

"저 사람 참 매력적이다!"

"저 사람 참 매력적이다!" 저는 이것이 우리가 누군가로부터 들을 수 있는 최고의 칭찬이라고 생각합니다. '매력적'이라는 어휘는, 듣는이로 하여금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이는 어휘가 가진 추상성 때문입니다. 곧, 우리는 저 사람이 나의 어떤 점에 이끌렸을지 고민하기 시작합니다. 이건 즐거운 고민이죠. 이 과정에서 나도 몰랐던 나의 멋진 모습을 발견하기도 합니다. 설령 그것이, 타인이 포착한 나의 매력포인트가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요즘같이 자존감을 강조하는 세상에, 이 정도 착각으로 내가 행복해질 수 있다면 충분히 남는 장사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누군가에게 칭찬을 들어야만 나의 매력을 궁구할 수 있는 것은 결코 아니지요. 매력적이라는 것도 개개인의 주관적인 판단입니다. 외적인 것이 되었든..

잡담 2023.11.22

정념에 사로잡히지 않는 사람

정념에 사로잡히지 않는 사람. 이런 사람은 가장 고귀한 정신을 얻는다. 그런 우월한 경지에 이르면 제멋대로 하는 저속함 감정들에 매이지 않는다. 자기 자신과 감정을 다스리는 것보다 더 큰 지배는 없고, 그럴 때 자유의지가 승리한다. 따라서 정념에 사로잡힐 때는 일을 맡지 말라. 특히 높은 지위에 있다면 더 그렇게 해야 한다. 이것이 문제를 피하고 평판을 지키는 지름길이다. 위 인용문은 발타자르 그라시안이 글쓰고, 김유경이 엮은 34쪽에 나온다. 우선, '정념'은 무엇을 의미하는 단어일까? 스토아학파도 정념에 휘둘리지 말고 평정심을 유지할 것을 강조하였다. 말하자면, 정념은 '북받쳐오르는 감정'이나 '불쑥 튀어나오는 잡념'쯤이 될것이다. 영어로는 sentiment, passion 쯤이 정념에 가까운 단어이..

잡담 2023.07.04

아리스토텔레스의 우정

우정(philia)은 우리가 마지막까지 포기해서는 안 되는 덕 가운데 하나라고 아리스토텔레스는 말한다. 우정은 은폐된 선의가 아니라 상호적인 선의를 포함한다. 즉 우정은 인격체들 간의 상호적 태도인 것이다. 위 인용문은 군나르 시르베크와 닐스 길리에가 지은 169쪽에 나온다. '돈, 뜨겁게 사랑하고 차갑게 다루어라'! 우리는 돈을 사랑할 수는 있지만 돈은 우리를 사랑하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기르는 개와 고양이를 사랑하지만 우리는 그것을 우정이라고 부르지는 않는다. (다만 이 경우에는 인격체라는 것의 정의를 어떻게 내리는지가 문제가 된다) 내가 누군가를 짝사랑한다고 하더라도, 짝사랑의 대상이 그 사실조차 모르고 있다면 우리는 그것을 우정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우정은 서로 다른 인격체들 간의 상호..

잡담 2023.06.26

진부하지만, 실수에 대하여

우리는 신들처럼 '모든 것'을 알지는 못하지만 또한 식물과 동물처럼 무지하지 않기 때문에 실수를 할 수 있다. ... 이것은 신들이나 동물들의 삶에는 해당되지 않지만 인간의 삶에는 해당되는 비극에서 끊임없이 되풀이되는 주제이다. 위 인용문은 군나르 시르베크와 닐스 길리에가 지은 162쪽에 나온다. 만약 우리가 모든 것을 알고 있으며 완벽한 존재인 신이라면, 일체의 실수를 하지 않을 것이다. 행하는 모든 것이 필히 그러해야만 하는 일이 될 것이고 따라서 후회도 하지 않을 것이다. 만약 우리가 생산하거나 운동하는 영혼만을 가진 동식물이라면, 일체의 실수를 하지 않을 것이다. 행하는 일에 대해 그것이 실수인지조차 성찰할 수 없으며 따라서 후회도 하지 않을 것이다. 실수라는 것이 인간 고유의 영역에 있다는 점을..

잡담 2023.06.25

오르골 태엽 감기

music box! 하루하루 사는건 오르골의 태엽을 감는 것과 같다. 자, 오르골 하나를 떠올리자. 태엽을 잔뜩 감은 뒤 손을 놓으면 잔잔한 음악이 연주된다. 하지만 음색에 빠져 넋놓고 있다가는 음악이 멈춰버리고 만다. 그 전에 태엽을 감아줘야 한다. 나의 일상도 마찬가지... 그때그때 생기는 집안일을 해치우고, 바닥을 청소하고, 책상을 정리하는 일. 오르골이 완전히 멈춰버리기 전에 태엽을 감아주는 것이다. 나의 삶이 잔잔하게 흘러갈 수 있도록. 원대한 포부, 미약한 실천, 그리고 이어지는 반성과 또 다른 계획 세우기 역시 마찬가지인데, 태엽을 제때 감아주지 못하면 인간은 뭔가 망가져버리고 만다. 오랜 시간 동안 방전된 배터리는 자신의 최대용량이 줄어버리는 것처럼, 오르골 역시 이전과는 다른 노래를 들려..

잡담 2023.03.28

"내 뒤를 따라오지 마라", 카뮈

알베르 카뮈는 이런 말을 했다. 내 뒤를 따라오지 마라. 내가 제대로 이끌지 못할 수도 있다. 내 앞에서 걷지 마라. 내가 따라가지 않을 수도 있다. 그냥 내 옆에서 걸으면서 나의 친구가 되어라. 카뮈는 나와 타인(들)간의 이상적 관계를 말하고자 했다. 여기서 타인이라고 하면 친구도 좋고, 집단이나 조직도 좋다. 내가 앞서나가고, 친구가 따라오는 형국과 친구가 앞서나가고, 내가 따라가는 형국 모두 다소간 불안정하다. 서로가 주종관계로 전락할 위험이 있기에 교만과 나태의 위험이 함께한다. 한 쪽이 흥미를 잃어버리는 날에는 꽤나 불건전한 관계가 되어버리고 만다. 그렇기에, 너는 그냥 내 옆에서 걸으면서 나의 친구가 되어라. 앞서지도, 뒤쳐지지도 말고 내 옆에서 함께 걸어가는 것이다. 이때 서로의 성장을 돕는..

잡담 2023.03.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