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철학사/근대

버클리(1685~1753 CE) [1]

bianor 2024. 8. 1. 23:07

조지 버클리(George Berkley)는 아일랜드 출신의 영국 철학자이다.
기독교 신자였던 버클리는 아일랜드 클로인의 성공회 주교가 되었으며, 경험주의의 계보를 잇는 학자이다.

버클리의 대표적인 저작은 다음과 같다.
『인간 지식의 원리에 관한 논고(A Treatise Concerning the Principles of Human Knowledge, 1710)』, 『하일라스와 필로누스의 세 대화(Three Dialogues between Hylas and Philonous, 1713)』



"버클리는 스스로를 형이상학에 반대하며 상식을 옹호하는 동시에 무신론과 유물론에 반대하며 유신론적(기독교적) 세계관을 옹호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이것이 무슨 뜻일지 살펴보자.

우선, 버클리는 로크를 비판한다. 
앞선 글에서 살펴보았듯, 로크는 사물의 성질을 두 가지로 구분한다.
연장, 경도 등은 제1성질에 해당한다.
우리는 제1성질을 사물에 존재하는 방식 그대로 파악 가능하며, 표상의 대상이다.
색깔, 냄새, 맛 등은 제2성질에 해당한다.
제2성질(감각질)은 사물에 존재하지 않으며, 우리의 감각기관이 만들어 낸 주관적 인상에 불과하다.

그러나 버클리는 우리가 감각기관으로 지각하는 것만이 유일한 세계라고 생각하였다.
버클리에 따르면, 우리는 색깔이 없는 오렌지를 상상할 수 없다.
말하자면 감각질이 없는 연장을 상상할 수 없다는 것이다.
머릿속에서 오렌지를 떠올리고, 그것의 주황색을 없애려고 해보자.
그러나 오렌지의 연장과 형태가 주변과 구분되어 존재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색깔이 필요한 것 같다.
이는 관찰주체와 독립적인 성질인 제1성질과, 관찰주체에 의존적인 성질인 제2성질의 구분을 상당히 모호하게 만들어버린다.
실상, 연장과 형태 또한 지각 주체로부터 독립적이지 못하다는 것이 버클리의 생각이다.
예를 들어서 저 오렌지의 제1성질은, 질량과 운동법칙이라는 렌즈 하에서 파악된 것일지도 모른다.


여기서 제1성질과 감각질이, 외부의 물질적 실체들과 조금이라도 연결되어있지 않을까 하는 질문이 제기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버클리가 싫어하는 '형이상학적 사변'이다.
위 질문에서 물질적 실체에 대한 아이디어는 형이상학적 구성물이며 우리가 실제 알고 있는 바가 아니다.
버클리가 생각하기에, 우리의 앎은 감각 인상들로부터 비롯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버클리는 위와 같은 철학적, 형이상학적 물질 개념을 거부한다.
오히려 일상적, 통상적인 물질 개념을 채택한다.
우리 감각 인상들의 집합, 즉 '물질' 하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이미지가 바로 그것이다.
예를 들어서 머릿속에 초콜릿 몇 조각이 떠올랐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이것이 버클리의 비물질론이다.

철학적 '물질', '인간', '생명', '은 일종의 보편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보편개념에 대한 표상을 형성할 수 없다.
'초콜릿'이라는 단어는 초콜릿를 의미하는 감각 인상들의 집합에 불과하다.
이것을 벗어나서 초콜릿이라는 보편적인 개념이 따로 존재한다고 여겨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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