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로크(John Rocke)는 청교도이자 법률가였던 아버지를 두었으며, 잉글랜드 출신이다.
로크는 어렸을때부터 아버지의 엄격한 지도 하에서 여러 책들을 읽어나갔다고 한다.
젊은 시절 로크는 스콜라철학에 반대하였으며, 자연과학과 의학에 매료되었다.
17세기와 18세기의 철학자들과 마찬가지로, 로크는 인식론에 관심을 가진다.
그는 도덕 및 종교와 관련된 토론을 통해, 우리가 다루는 수많은 개념이 대단히 부정확하고 명확하지 않은지 고민하게된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인식비판과 언어분석으로 구체화되는 계기가 되었다.
하지만 로크는 그의 정치이론과 교육이론으로도 고전적인 사상가이다.
로크의 대표적인 저작은 다음과 같다.
「통치에 관한 두 논고(Two Treaties of Government, 1690)」 「인간 지성론(Essay Concerning Human Understanding, 1689)」, 「관용에 관한 서한(A Letter Concerning Toleration, 1689~1692)」, 「교육에 관한 몇 가지 생각(Some Thoughts Concerning Education, 1693)」.
사람들에게 익숙한 근대철학의 흐름은 두 가지 갈래로 구성된다.
하나는 합리주의인데, 데카르트와 스피노자, 라이프니츠가 여기에 속한다.
다른 하나는 경험주의인데, 로크와 버클리, 흄이 여기에 속한다.
그러나 철학이 늘상 그렇듯이, 사상가들의 입장을 두부 자르듯 완벽하게 재단할수는 없다.
데카르트를 비롯한 합리주의자들은 인간의 이성은 명석판명한 개념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생각하였다.
명석한 개념은 또한 확실한 지식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합리주의에 대한 대표적인 반박은 다음과 같다.
첫째, 합리주의자들은 어떠한 개념을 명석하고 판명한 것으로 확정지을지에 대해서 의견을 좁히지 못했다.
둘째, 개념에 대한 통찰이 반드시 실재에 대한 통찰을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것에 대한 개념으로부터 그것의 존재를 추론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입장이다.
로크 또한 개념들에만 의지한 앎은 한계를 지닌다고 생각하였다.
그는 지식이 무엇인지를 궁금해했지만, 궁극적으로 지식의 획득의 촉진, 즉 과학에서 지식의 진보를 추구하였다.
우선 로크는 언어의 모호성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우리가 진술한 어떤 문장을 해석하는 여러 가지의 관점이 존재하며, 각 관점이 나름의 근거를 갖는다고 치자.
그렇다면 우리는 우선 어떤 해석이 올바른 것인지를 먼저 파악하지 않고서는 원래의 진술에 대해서 이야기할 수 없다.
로크는 이러한 문제가 추상적이고 모호한 언어사용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하였다.
'실체', '무한', '자유'와 같은 용어는 심오한 지혜를 담고 있는 듯 보이지만 언어의 오용에 불과하다.
객관적 토론과 과학적 연구를 위해서는 반드시 엄밀하고 정확한 표현을 사용해야한다.
그래야만 불명확하고 왜곡된 관념에서 벗어날 수 있다.
지식의 원천에 대하여, 로크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정신mind은 어디서 그 모든 이성과 지식의 재료들materials을 가지고 오는가?
이 물음에 대해 나는 한 단어로 답하겠다.
바로 '경험experience'이다.
우리의 모든 지식은 바로 경험에 토대하고 있으며 궁극적으로 경험으로부터 도출된다." 1
로크는 두 가지 유형의 경험을 구분한다.
하나는 외적 지각으로서의 경험인데, 이는 주로 감각(sensation)을 의미한다.
다른 하나는 내적 지각으로서의 경험인데, 이는 반성(reflection)을 의미한다.
그리고 우리가 감각과 반성으로 경험하는 것은 단순한 인상들(관념들)이다.
이러한 관념들은 수동적으로 획득되는데, 이것을 통틀어 단순관념(simple ideas)이라고 한다.
인간의 정신은 이런 단순관념들을 가지고 복합관념들(complex ideas)을 만들어낸다.
그런데, 인간의 지식은 그것의 토대가 되는 지각된 관념들의 합에 불과한가, 아니면 관념들의 합을 넘어서는 무언가인가?
만약 어떤 지식이 그것을 구성하는 경험들로 완전히 환원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면, 이는 철저한 경험주의자의 입장이다.
하지만 로크는 이런 입장을 취하지는 않았다.
그는 정신이 단순관념들을 가공하는 과정에서 이전과는 질적으로 다른 지식이 탄생한다고 보았다.
다시 말하자면, 복합관념은 재료인 단순관념들의 총체 그 이상이다.
여기서 로크는 무한의 개념을 예로 든다.
인간으로서는 결코 무한을 경험할 수 없다.
우리는 단지 특정 길이를 언제나 조금 더 연장할 수 있다는 점만을 지각한다.
이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우리는 무한한 선분이라는 개념에 도달할 수 있다.
로크가 생각하기에, 무한을 비롯하여 어떠한 개념이 명석판명하다는 것이 그것의 존재를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
이 점을 유념한 채로 우리가 경험과 지각을 통해 주어진 것들을 일반화함으로써 어떤 개념을 상상할 수 있다고 말한다면, 우리는 충분히 무한과 같은 개념을 타당하게 사용할 수 있다.
이는 명석판명한 것이 곧 존재한다고 생각한 데카르트에 대한 비판이다.
로크는 경험적 증거를 확보한 뒤에야만 그 개념이 주장하는 무언가가 존재한다고 말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로크는 다음과 같이 종합한다.
우리는 본유관념 등을 갖고 태어나지 않는다.
오히려 백지상태(타불라 라사, tabula rasa)에서 출발하는 것이 인간이다.
인간은 외부 사물의 지각을 통해서 단순관념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인다.
여기에는 사물의 실제 속성과 우리가 부여한 감각질(sensory qualities)가 포함된다.
한편 인간은 정신적 작용과 반성에 의한 단순관념을 갖기도 한다.
이러한 단순관념들을 가지고 이성은 복합관념을 형성한다.
이로써 탄생하는 지식은, 단순관념들을 재료로 하지만 그것으로는 환원될 수 없다.
- Locke, An Essay Concerning Human Understanding, Book II, "Of Ideas", Chapter I, "Of Ideas in General, and their Original", §2.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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