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철학사/근대

데카르트의 이원론과 파스칼(1623~1662 CE)

bianor 2023. 8. 22. 13:21

우리는 앞선 포스팅들에서 당시 역학의 발전을 이끌었던 기계론적 세계관에 대해서 이야기한적이 있다.
우주는 양적 속성을 지닌 작은 물질 입자들로 구성되어있으며, 어떤 목적이 아닌 기계론적 법칙에 의해서 운동하고 충돌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생각은 홉스, 데카르트, 라이프니츠 등의 철학자들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

"그러나, 어떤 생각들이 실재의 한 측면 내에서 사용되었을 때 성과를 냈다는 사실이 이런 생각들이 우주의 모든 현상에 대한 참된 그림을 제시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p.427)"
쉽게 말하자면, 과학이론으로서 고전역학의 성립을 도왔던 기계론적 세계관이 철학적 이론 체계에도 자연스럽게 녹아들어가리라는 보장은 없다.
따라서 학자들은 여러 난제에 직면했다.


대표적으로, 질(quality)적 속성들을 설명하기가 어려웠다.
이는 데모크리토스로부터 이어져오는 유서 깊은 문제점인데, 색깔, 냄새, 감정, 맛 등을 양적인 개념들로 나타내기 어려웠던 것이다.
또한 물질과 정신간의 구분도 설명하기 어려웠다.

이에 철학자들은 그들의 기계론적 신념을 얼마나 엄밀하게 적용하느냐에 따라서 서로 다른 답을 내놓았다.
예를 들어 우리는 홉스를 유물론적 일원론자로 해석할 수 있는데, 홉스에 따르면 정신적 현상 또한 기계론적이다.

데카르트는 우주에 존재하는 두 실체로서 영혼과 물질을 주장한다.
레스 코기탄스(res cogitans), 즉 영혼은 사유하는 존재로서 자유롭고 이성적이다.
레스 엑스텐사(res extensa), 즉 물질은 연장을 가지며 의식은 갖지 않는다.
따라서 물질로 이루어진 자연은 기계론적 역학을 통해서 이해할 수 있다.
반면 영혼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른 접근방식이 필요하다.
데카르트는 레스 엑스텐사와 레스 코기탄스를 일종의 대립물로서 정의하는 동시에 이 둘은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데카르트가 앞서 신의 존재를 증명할 때 원인과 결과의 관계에 대해서 주장한 바에 따르면, 영혼과 물질은 일종의 동일성을 함축하는 것 같다.
따라서 데카르트는 논리적 딜레마에 빠지고 말았으며 이 문제는 오늘날까지 논쟁거리이다.


철학자들은 육체와 영혼의 상관관계 자체를 의심한 것이 아니다.
그들은 이 관계를 이론적으로 설명하고 싶었으며, 이때 기계론적 개념들을 사용한 것이다.
어쩌면 영혼과 육체는 동일한 하나의 실재에서 떨어져나온 부분이 아닐까?

예를 들어서, 두 시계가 동일한 시각을 가리킨다고 해보자.
그 이유는 두 시계가 서로 상호작용해서 시간을 맞추었기 때문이 아니라, 애초에 똑같은 시각을 가리키도록 설계되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이와 비슷한 입장을 스피노자에서 살펴볼 것이다.


파스칼

블레즈 파스칼(Blaise Pascal)은 파스칼의 정리 등으로 유명한 수학자로 잘 알려져 있지만, 그는 철학에도 조예가 깊었다. 


데카르트는 의심과 사유를 기반으로 그의 철학을 전개해 근세 철학과 과학의 기반을 다졌다.
반면 파스칼은 종교적 신념과 신학에 기반을 두고 과학적 방법과의 조화를 꾀했다고 알려져있다.
그의 저작 「팡세(Pensées)」에서, 파스칼은 종교적 신념에 대해서는 찬성/반대의 증거를 찾을 수 없다고 주장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파스칼은 우리가 신을 믿는 것과 믿지 않는 것 간의 리스크를 비교한다.
만약 우리가 신을 믿는다고 가정하자. 
신이 존재한다면 우리는 무한한 보상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반면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이번에는 우리가 신을 믿지 않는다고 가정하자. 
신이 존재한다면 우리는 벌을 받을 수 있다. 
반면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이것은 물론 비약이지만, 파스칼은 이런 식으로 신을 믿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하였다.

한편, 파스칼은 우리의 이성과 인식이 형이상학적, 종교적 질문들에 대한 답을 가능하게 한다는 합리주의적 인식관을 가졌었다.
하지만 종국에 그는 그의 기대를 접고, 실존적 체념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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