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선 포스팅에서, 데카르트가 발견한 명석판명한 명제는 그가 꿈꾸던 연역체계를 위한 하나의 작은 출발점에 불과하였다.
데카르트는 그의 철학적 작업의 대부분을 이러한 허용 가능한 전제들을 탐구하는 데에 바쳤다.
한편, 스콜라철학에서 영향을 받은 데카르트는 신의 존재를 증명하고자 한다.
데카르트는 그가 완전한 존재의 개념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였다.
그 전에, 데카르트는 본유관념(innate idea), 외래관념(adventitious idea), 인위관념(fictitious idea) 등에 대해서 이야기하는데, 여기서는 본유관념에 대해서만 잠시 살펴보자.
본유관념이란 경험에서 기원하지 않는 관념을 의미하는데, 예를 들면 '2 곱하기 2는 4이다'라는 것과, '모든 삼각형은 3개의 각을 갖는다'가 여기에 포함된다.
우리는 2 곱하기 2가 4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 경험에 의존하지 않아도 된다.
일종의 정신적, 논리적 과정을 통해서 저 명제가 참임을 알 수 있는 것이다.
단, 데카르트는 우리가 태어날때부터 본유관념을 갖고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였다.
또한, 성인이더라도 정신적으로 취약한 사람은 본유관념을 갖고 있지 않을 수 있다.
데카르트는 이성적으로 계발된 정신에만 본유관념이 거처할 수 있다고 생각하였다.
데카르트에 따르면, 그는 완전한 존재의 개념을 본유관념으로서 가지고 있다.
이어서 데카르트는 이 완전한 것에 대한 개념은 그 자체로 완전하며, 자기 자신은 의심과 불확실성으로 충만하기에 불완전하다고 가정한다.
그는 또한 결과는 원인보다 더 클 수 없다고 가정한다.
왜냐하면 결과가 그 원인보다 더 크다면, 원인에서 유래한 것이 아닌 무언가가 무無에서 유래했다는 것일텐데, 무는 어떤 것의 원인일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완전함의 개념은 불완전한 무언가를 원인으로 삼을 수는 없다.
물론 데카르트 자신도 불완전하기에, 데카르트 또한 원인이 될 수는 없을 테다.
따라서 데카르트가 완전한 존재에 대한 완전한 개념을 가진다면, 이 개념은 완전한 존재인 신을 원인으로 삼을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완전한 존재로서의 신은 존재한다는 것이 데카르트의 신 존재 증명이다.
데카르트는 이러한 완전한 신은 인간을 속이거나, 혹은 악마가 인간을 속이는 광경을 그냥 두고보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따라서 코기토 명제와 같은 명석판명한 통찰은 자명하며, 신뢰할 만하다.
그런데 우리는 신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왜 자주 착각하고, 잘못을 저지르는가?
데카르트에 따르면, 이것은 우리가 매사에 체계적이고 비판적이지 않아서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서 아래 착시현상 그림을 살펴볼 때, 그것을 쳐다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직접 줄자를 갖다대보면 우리의 오류를 금방 파악할 수 있다.
이렇듯 우리는 우리의 이성과 감각을 비판적으로 사용해야만 한다.
여기서 데카르트는 원칙적으로 오류일 수 있는 것들을 모조리 기각하던 그의 엄정함을 다소 누그러뜨리고, 이러한 지식들이 실천에 있어서는 유용하다고 주장한다.
단지 철학의 전제가 되기에는 부적합하다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논의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데카르트는 우선 철학적 주제들, 감각을 통한 지각, 꿈, 논리적 추론 등에 대해서 의심한다(방법적 회의).
그 뒤 존재하는 자신의 의심을 의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통찰(cogito, ergo sum)에 도달한다.
이처럼 확실하고 명석판명한 지식은 참이라고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다.
"그런 다음 그는 불완전한 존재인 자기 자신이 결코 그 원천일 수 없는, 완전함에 대한 자신의 개념을 토대로 자신의 신 존재 증명으로 나아간다.(p.423)"
신이 완전한 개념의 원천이며, 완전한 존재로서의 신은 존재한다.
또한, 신은 우리를 속일 수 없다.
따라서 우리가 비판적 성찰을 통해서 얻은 명석판명한 앎은 우리가 신뢰할 수 있는 것이어야만 한다.
더 나아가, 우리의 이성을 통해서 비판적으로 검토된 감각 인상에 대해서도 우리는 신뢰를 가질 수 있다.
이렇듯 데카르트는 합리주의자였다.
그는 철저한 의심과 비판을 통해서 철학의 확실한 토대와 신 존재를 고민한 뒤, 다시 우리의 인식과 감각 인상에 대하여 비판적인 신뢰를 찾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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