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철학사/근대

데이비드 흄(1711~1776 CE) [1]

bianor 2024. 8. 9. 22:59

데이비드 흄(David Hume)은 스코틀랜드 출신으로 계몽주의 사상가 볼테르, 루소와 동시대인이었다. 
경험주의자로서 흄은 루소, 버클리를 잇는 위대한 철학자이다.
그러나 그는 특히 아담 스미스(Adam Smith)와 매우 절친한 사이였으며, 경제학적 조예 역시 탁월하여 스미스에게 여러 아이디어를 제공하였다.
스미스의 도덕철학 스승이었던 허치슨(Francis Hutcheson, 1964~1746 CE), 흄, 스미스를 스코틀랜드 계몽주의 사상가들이라고 이야기한다.
이는 철학에서의 계몽주의와는 다른 맥락이다.
차치하고, 우리는 철학자로서의 흄의 생각에 초점을 맞추자.

흄의 대표적인 저작은 다음과 같다. 
『인성론(A Treatise of Human Nature, 1739)』, 『도덕과 정치 논집(Essays Moral and Political, 1741)』, 『인간 지성에 관한 탐구(An Enquiry Concerning Human Understanding, 1749)』, 『영국사(History of Great Britain, 1754~1762)』.


경험주의자로서 흄은 우선 '인상impressions'과 '관념ideas'을 구분한다.
인상은 강렬하고 생생한 지각이다.
우리가 보고 듣는 외적 지각, 놀라움이나 기쁨과 같은 내적 지각이 인상의 범주에 포함된다.
관념은 인상에 근거한 정신적 이미지들이다.
우리는 우리가 받아들인 감각 인상들을 나름대로 결합하고 정리해, 관념을 형성한다.
그러므로 인상이 없으면 관념도 없다.

관념의 종류는 아주 다양할 수 있다.
돌멩이의 관념에서부터 기하학적 도형, 어떤 자연법칙에 대한 관념 등이 그 예시이다.
문제는 그 관념이 다시 인상으로 환원 가능한지이다.
만약 어떤 관념이 그것을 구성하는 내외적 인상들로 환원 불가능하다면, 그것은 부적절한 관념이며 지식이라고 할 수 없다.
이러한 점에서, 흄은 버클리와 마찬가지로 '실체'와 같은 개념을 거부한다.
그러나 (버클리와는 달리,) 기독교적 신과 같은 '정신적 실체'를 받아들이지는 않는다.

흄에 따르면, 수학적, 논리학적 관념들은 "분석적analytic" 관념들이다.
이 관념들은 실재에 대해서는 알려주는 바가 없으며, 단지 개념들 간의 논리적 관계만을 밝혀준다.
자연과학, 경험과학의 관념들은 "종합적synthetic" 관념들이다.
이 관념들은 실재를 드러내며, 내외적 인상들로 환원하기 보다 용이하다.
형이상학적 관념들은 내외적 인상들로 환원될 수 없으면서도 실재의 측면을 드러낸다고 여겨지는 관념들이다.
물질적 실체, 정신적 실체 모두 형이상학적 환상에 불과하다.


감각 인상들은 지각 가능한 다양한 속성들에서 유래한다.
우리가 나무를 경험한다고 해보자.
우리는 짙은 껍질과 푸른 나뭇잎을 보고, 만져보며 촉감을 확인하거나 짓이겨 냄새를 맡는 행위를 통해 여러 감각 인상들을 획득한다.
"그러나 우리는 이 인상들의 "담지자carrier"일 "어떤 것"에 대한 감각 인상은 갖고 있지 않다."
우리는 여러 감각 인상들의 규칙적인 모둠을 나무라고 부르는 것이며, 그 뿐이다.
예컨대, 우리는 저 나무의 속성 배후에 존재하는 나무의 이데아에 대한 인상을 가지고 있는가?
그렇지 않다.
그러므로 물질적 실체라는 생각은 불필요한 형이상학적 환상에 불과하다.

정신적 실체도 마찬가지, 우리의 내면은 내적 인상들로 차오르곤 한다.
그러나 우리의 배후에서 그 내적 인상들을 통일시켜주는 자아나 영혼이라는 것이 따로 존재하는가?
글쎄, 우리는 우리 내부에서 그러한 실체에 관한 어떠한 내적 인상도 찾아낼 수 없다.
단지 내적 인상들과 속성이 일관되게 함께 나타난다는 것에 이름붙인 것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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