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철학사/중세

마르실리우스(1275/80~1342 CE)와 오컴의 윌리엄(1285~1349 CE)

bianor 2023. 7. 26. 17:14


아리스토텔레스의 사상을 주체적으로 수용하여, 신앙과 이성을 조화시킨 토마스 아퀴나스의 철학은 고중세기(High Middle Ages, 13세기)에 정점을 이루었다.
토마스주의는 교황과 교회의 권력을 뒷받침하는 학문적 근거였으며, 이로 인해 그들의 권력 또한 매우 강력해졌다.
교황과 황제의 갈등에서 승리한 쪽은 교황이었다.
교황들은 공직 임명과 조약에 대한 감독권과 이단의 심판과 재산을 몰수할수 있는 권리 등 교회와 국가의 지도자로서 광범위한 권한을 얻어냈다. 
그들은 교회의 조직을 강화하고 중앙집권화했으며, 그들의 권세를 지지하는 교리의 정비 또한 실시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힘의 불균형이 영원히 지속될 수는 없었다.
1300년경 프랑스의 경우에, 우리는 불완전한 초기 국민국가의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성직자들은 교황의 하수인이 아닌 프랑스의 국민으로서 행동하려 노력했으며, 국가가 보다 강력한 정치적 공동체로 등장하기 시작하였다.
그렇지만 이는 또한 통치자와 피통치자 간의 여러 갈등을 낳았다.


파두아의 마르실리우스(Marsilius de Padua)

파두아의 마르실리우스는 교황에 적대적인 아리스토텔레스주의자였다.

이미지 출처: https://www.christianity.com/church/church-history/timeline/1201-1500/marsilius-of-padua-and-john-of-jandun-11629856.html, https://www.cutout.pro/ 에서 화질 조정


아퀴나스와 마찬가지로, 마르실리우스 역시 인간 사회는 그 자체로 자족적이라고 말한다.
다만, 우리는 사회를 이해하는 데에 있어서 그 어떠한 신학적, 형이상학적 정당화가 필요하지 않다.
사회는 교회와 독립적이다.
마르실리우스는 신앙의 진리는 전적으로 계시와 성서에 토대한다고 생각하였다.
그런데 이성의 진리는 자족적인데, 이성적인 이해와 판단은 올바른 결정을 내리기 위해 자체적으로 충분한 근거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종교는 내세에만 유효할 뿐, 그것이 현실정치에 있어서 어떠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는 없다. 
종교는 합리적인 것을 넘어서는 무언가이고, 사적인 것이지 공적인 것이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당시 교회가 비정치적인 조직으로 바로 바뀐 것은 아니다.

한편, 마르실리우스는 종교 내부적으로도 교황의 권력을 비판하고 나선다.
교황과 같이 높은 자리에 위치한 종교인들만이 해석해야 하는 종교적 진리가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말하자면, 일반적인 기독교 신자의 해석보다 교황의 해석이 더욱 그럴듯하다는 근거는 없다.
오직 성서가 종교적 통찰의 근원이다.
우리는 마르실리우스에게서 교회의 세속화와 프로테스탄티즘적 면모를 볼 수 있다.



오컴의 윌리엄(William of Ockham)

'오컴의 면도날'로 유명한 오컴의 윌리엄은 논리학과 과학사에서도 등장하지만, 그는 철학자이자 신학자였다.
참고로 그의 이름은 윌리엄이지만, 오늘날 관습상 오컴으로 더욱 많이 불리운다.


아퀴나스가 개념 실재론자였던 것에 반해, 오컴은 개념 유명론자였다.
우리의 정신 밖에 존재하는 것은 개별 사물들 뿐이다. 
사물들안에 개념이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개념들은 우리 정신 내부에만 존재한다. 
따라서 신학은 성서와 성서에 쓰여 있는 것을 믿는 우리의 신앙에서만 그 토대를 갖고 있다.
그런데 성서가 기독교 진리의 유일한 원천이라면, 교황을 비롯한 교회 내부의 권위체계는 그 정당성에 있어서 위험에 직면한다.
왜냐하면 성서를 읽고 신앙심을 갖는 것은 엄격한 신학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보다 민주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오컴과 마르실리우스 모두, 교황의 권력을 견제할 공회의 설치에 찬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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