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론과 도덕철학
아퀴나스의 사상은 아리스토텔레스의 것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이는 이번 파트에서도 유효하다.
사유제를 없애고자 했던 플라톤과 달리, 아퀴나스는 인간의 세속적인 삶을 긍정하였다.
또한, 세속의 사람들은 굳이 기독교로 개종하지 않더라도 좋은 삶을 살 수 있으며, 윤리적 규범에 관한 지식을 얻을 수 있다.
이때, 아퀴나스는 보편적이고 불변하는 도덕규범 및 법규의 존재를 주장한다.
좋은 행위는 인간 고유의 본성과 능력을 잘 실현할 수 있는 행위인데, 이는 대개 이성과 관련된 활동이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은 똑같지 않으며, 각기 다른 능력을 갖고 있다.
따라서 사람들 사이에는 다양한 삶의 양상이 나타날 수 있다.
덧붙여, 아퀴나스는 우리 모두에게 중요한 것으로 '절제'를 이야기한다.
위와 같이 일반인들도 합리적이고 좋은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이유는, 우리가 '자연의 빛(루멘 나투랄레)'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인간과 인간적 생활양식, 인간의 이성 모두 신에 의해 창조된 것이기 때문에 그러하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데, 아퀴나스는 인간의 궁극적인 목표가 구원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구원을 위해서는 세속적 지혜와 더불어서 기독교적 계시와 신앙이 필요하다.
이렇듯, 도덕성과 종교는 서로 독립적이지 않다.
신 존재 증명
아퀴나스의 그 유명한 신 존재의 증명을 살펴보기 전에, 유념해야 할 점이 있다.
우선, 증명(proof)이라는 말이 갖는 함의에 주의해야한다.
이때의 증명은 연역법적 증명이 아니며, 경험과학적 성격을 띠지도 않는다.
이 증명은 철학적 성격을 띠며, 우리가 증명하고자 하는 것은 신이 어떤 존재인지에 대한 내용이 아니라 신의 존재 자체에 대한 우리의 믿음을 정당화하는 무언가이다.
아퀴나스는 신의 본질이나 속성에 대한 앎은 이성이 아닌 신앙과 계시를 통해서만 획득될 수 있다고 보았다.
또한, 신 존재에 대한 이러한 증명은 우리가 어떠한 철학적 사조에 기반을 두고 생각하느냐에 따라서 완전히 무용지물일 수도, 어느 정도 유의미할 수도 있다.
이제 안셀무스의 신 존재 증명과 아퀴나스의 증명을 살펴보자
안셀무스의 존재론적 신 증명
안셀무스의 존재론적 신 증명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우리는 신보다 더 완벽한 것을 사유할 수 없다.
독립적인 존재는 상대적인 존재보다 더 완벽하다.
존재 없는 완벽함은 존재를 갖는 완벽함보다는 덜 완벽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최고의 완벽함인 신은 독립적으로 존재해야 한다.
이제 아퀴나스의 5가지 증명을 살펴보자.
1. 우주론적 신 존재 증명
우주 만물은 현실태에서 잠재태로, 잠재태에서 현실태로 끊임없이 변화한다.
그런데 어떤 변화는 그것을 유발한 원인을 가질 것이다.
우리는 이런 식으로 변화의 원인, 그 원인의 원인을 거슬러 올라가 볼 수 있겠지만, 그 과정을 무한히 거칠 수는 없다. 인간 인식의 한계 때문이다.
그렇다면 모든 변화의 원인이자 스스로는 원인을 갖지 않는 원동자(the Prime mover)가 존재해야 한다. 끝없이 무너지는 도미노를 떠올려보자.
만약 중간에 도미노가 비어있거나 했다면 이 도미노는 계속 쓰러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맨 먼저 그것을 쓰러뜨린 누군가를 상정할 수 있다.
이것을 우리는 신이라고 부른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질문이 제기될 수 있다.
변화 그 자체가 동시에 원인인 변화는 존재하지 않는가?
인간이 원인을 거슬러 올라가는 무한 퇴행을 상상할 수 없다고 해서, 반드시 그 끝에 기독교적 인격신이 상정되어야 하는가?
2. 인과론적 신 존재 증명
이는 앞서 언급한 운동에 관한 증명보다 좁은 내용을 담고 있다.
말하자면 모든 결과에는 그 원인이 있을 것이며, 그 원인에는 또한 그것을 촉발한 원인이 있다는 것이다.
이것을 우리는 신이라고 부른다.
3. 필연성과 우연성에 기반한 신 존재 증명
지상의 모든 사물은 필연적인 존재가 아니며, 우연적이다.
모든 사물은 존재하거나, 존재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런데, 만약 모든 것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 가능하다면,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순간이 올 수도 있다.
그런데 아퀴나스는 존재하지 않는 것은 존재하는 무언가에 의해서만 시작될 수 있으며, 모든 것이 우연적이라고 생각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오늘날 바깥에는 나무, 구름, 자전거가 분명 존재한다.
이러한 우연적인 존재들은 필연성에 의존하고 있는데, 스스로가 필연성을 갖는 존재가 바로 신이다.
4. 최상의 완벽함과 최상의 존재 개념에 기반한 신 증명
인간은 존재하는 모든 것에 대해서 무엇이 더 착한지, 진실된지, 아름다운지 등에 대하여 판단할 수 있다.
예를 들어서, 더 재미있는 것은 가장 재미있는 것에 보다 더 가까울 것이다.
말하자면 우리는 완벽함의 위계적 질서를 상상할 수 있는데, 이것의 끝에는 완벽하고 절대적인 무언가가 자리잡고 있다.
이것을 우리는 신이라고 부른다.
5. 목적론적 신 존재 증명
자연은 모종의 질서를 가지고 목적론적으로 변화한다.
이는 인간도 마찬가지, 우리는 목적을 인식하고 의지를 발휘해 그것을 추종한다.
지적 능력이 부족한 사람들 역시 가장 좋은 결과를 낳는 방향으로 행동한다.
자연의 사물과 인간이, 보다 합리적이고 좋은 목적에 따라서 움직이게끔 디자인한 존재를 우리는 신이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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