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철학사/중세

아우구스티누스 [2]

bianor 2023. 7. 15. 16:49

신플라톤주의와 기독교

이제 우리는 아우구스티누스가 신플라톤주의와 기독교 신학을 어떻게 종합하였는지 살펴보자.
플로티노스가 이야기한 신플라톤주의적 '일자'는 기독교의 신이 되었다.
일자는 스스로 의지를 가지지 않지만, 우주는 그 존재로부터 유출되어 위계적 질서를 가지고 창조되었다.
하지만 기독교의 신은 우리가 사랑하고, 기댈 수 있는 인격신이다.
말하자면, 신은 자신의 의지를 가지고 우주를 창조하였으며 가변적이고 불안정한 우주는 신의 인격적 의지의 표현이다.
이러한 신의 의지는 역사적으로 세속적 사회에 뿌리내려있다.
우주의 창조부터 그리스도의 탄생, 그리고 그가 언급한 계시는 역사적 제약에 놓여있는 것이다.


신앙심이 충만한 기독교인들은 계시와 성서를 통해서 신에게 부분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일종의 통로를 획득한다. 
따라서, 아우구스티누스는 세속적 앎과 지혜보다 신앙이 인식론적인 우위를 차지한다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우리는 플로티노스가 언급하였던 일자와의 신비한 합일의 경지까지 다다를 수는 없다.
인간과 신은 모두 인격체로서, 둘은 유대 관계를 가질 수는 있지만 인간의 영혼이 세계정신과의 합일을 이룰수는 없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기독교적 신은 무無로부터 물질과 정신을 창조한, 독립적인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성서와 계시를 통해서 신과 접촉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은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것인가?
아우구스티누스는 다시 내성을 이야기한다.
우리는 세속적 이성을 통해서는 신에게 닿을 수 없다.
하지만 신실한 신앙을 지닌 이들은 내성을 통해 신이 우리의 내면에 현존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의지

아우구스티누스가 오랫동안 고민한 문제 중 하나는 바로 인간의 의지에 대한 것이였다.
인간은 왜 스스로 악을 선택하곤 할까? 그리고 만약 신이 선하다면, 왜 악행을 자처하는 인간을 창조한 것일까?
따라서 의지는 아우구스티누스의 철학에서 핵심적인 개념이며, 그는 의지가 이성에 우선한다고 생각하였다(주의주의voluntaristic).
예를 들어, 훌륭한 기독교인이란 스토아학파의 신봉자들처럼 철저히 절제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때로는 연민을, 때로는 수치심을 충실히 느끼는 사람이 좋은 사람이며, 신과 다른 사람들을 진심으로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좋은 사람이다.

이제 우리는 앞서 언급한 질문에 대한 아우구스티누스의 답을 알아보자.
말년의 아우구스티누스에 따르면, 신의 의지와 인간의 의지가 일치했던 인간은 최초의 후손인 아담 한 명 뿐이었다.
하지만 아담은 선악과를 따먹음으로서 죄를 지었고, 이것이 바로 원죄로서, 그의 후손인 모든 인간은 본성적으로 타락하게 되었다.
따라서 우리는 무엇이 선인지 본능적으로 알 수 없다.
모든 인간은 죄를 지을 수 밖에 없으며, 우리의 내세에 펼쳐진 지옥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신은 우리들 중 몇몇에게는 그 벌을 피할 수 있는 은총을 내려주신다. 
이러한 은총, 말하자면 선善은 우리들에게 잃어버린 고향인 에덴동산을 생각나게 하는 무언가이다.
이러한 신의 선택은 임의적이며, 이 모든 것은 신이 미리 계획한 의도대로 흘러간다.


아우구스티누스에 따르면, 신은 우주와 함께 시간을 창조하였으며, 인간이 인식할 수 있는 세속적 시간 개념을 초월한 존재이다.
말하자면 신은 인과관계에 매여 있지 않으며, 시간과 동시에 존재한다.
따라서 신은 예정된 모든 것을 알 수 있지만, 그것이 인간의 행위를 미리 결정하지는 않는다.
"이것은 마치 우리가 과거의 어떤 행위를 회상할 때 우리가 이 행위를 미리 결정했다고 말할 수 없는 것과 같은 것이다.(p.258)"

위와 같은 아우구스티누스의 예정설은 이해하기 어려우며, 일부 스스로 모순되는 내용을 포함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또한 예정설은 비판의 여지 또한 대단히 많다. 
아우구스티누스는 마니교와의 신학적 논쟁에서 위 생각들을 개진하였는데, 책에서는 그가 '너무 나간 것은 아니었는지' 우려하는 입장을 나타낸다.

 


p.s. 추후에 새로운 내용을 알게 된다면 보충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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